인간과 같이 같은 영장류지만 침팬지의 입은 상당히 크다. 파충류에 속한 악어는 말할 것도 없고, 고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상상이겠지만 ‘어린왕자’의 보아뱀은 코끼리를 삼킨다. 강아지가 하품할 때 보면 강아지 입도 엄청 크다. 그런데 별별 것을 다 잡수시는 잡식성 동물인 인간의 입은 다른 동물에 비해 현저히 작다. 왜 이렇게 인간의 입은 작은가? 욕심이 없어서? 천만에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먹는 특징은 무엇인가? 육식(肉食), 채식(菜食) 가리지 않는 잡식(雜食)? 아니다. 곰도 잡식동물인데 곰의 입은 작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여타의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먹는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요리’이고  ‘화식(火食)’이다. 인간은 날로 먹지 않는다.(예외가 있긴 하지만) 쪄먹고, 구워먹고, 튀겨먹고, 삶아 먹고, 데쳐먹는다. 요리엔 불이 필요하고, 불의 사용은 인간만의 특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불의 사용이 인간의 입을 여타의 동물에 비해 현저하게 작게 만들었다.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대팀에서 좋은 선수를 가져오려면, 우리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두 가지를 함께 다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인간이 자기 몸에 가용(可用)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 되어있다. 가령 소화기가 커지면 두뇌가 작아지고, 두뇌가 커지면 소화기가 작아져야 한다. 인간은 소화기를 주고 두뇌를 가져오는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했다.

입은 제 1의 소화기고, 치아는 제 2의 소화기고, 위장은 제 3의 소화기고, 장(腸)은 제 4의 소화기다. 인간의 소화기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 그러나 소화기가 작아도 활동에 필요한 열량을 섭취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턱뼈는 다른 동물에 비해 현저히 작다. 왜 화식(火食), 익힌 음식을 먹기 때문에 많이 씹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턱뼈가 작아지면서 두뇌를 감싸는 두개골 부위가 커졌다. 화식으로 인간의 장이 작아졌기 때문에 인간은 에너지 소모량의 10퍼센트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줄어든 에너지는 곧바로 두뇌를 확장하는 예산으로 쓸 수 있다.

인류학적 탐사보고서는 불의 사용  이후 인간의 두뇌 용적이 현저하게 커졌음을 보여준다. 소화가 안 되는 데다 열량까지 낮은 섬유질을 먹고 소화를 해야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입과 소화기는 현생 인류보다 컸다. 그에 비해 두뇌의 용적은 작다. 그러나 불의 발명으로 질긴 것을 부드럽게 익혀 먹은 현생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비약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이 에너지는 두뇌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불의 발명에 따른 화식(火食)이 인간의 두뇌를 확장시켰고, 확장된 두뇌로 인간은 별별 것을 다 먹게 되었다. 불의 발명이 화식을 낳았고 화식은 다시 두뇌로 확장되어 인간은 별별 것을 다  궁리하고 고안하여 오만 잡것들을 먹게 되었다. 덤으로 욕까지.

불의 발명으로 지구의 불행이 시작된 셈이다.

참조: 리처드 랭엄의 ‘요리본능’,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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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입이 큰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두되가 작을까???? 이런 식의 일반화는 곤란하다. 자승자박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