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쓸고간 청양의 하늘은 청량했고 다탁을 손수 만들겠다는 호모 파베르(제작하는 인간) 회원들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다탁이라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찻상이다. 종이죽으로 만든 연꽃, 물고기나 새가 다탁을 장식한다.
신민식 화백님의 도움없이는 난망한일이다.
모두들 열심히 했고, 평소 이상의 웃음을 터뜨렸고, 정량을 초과하는 양의 식사를 했다.
작업이 고된 탓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같은 상에 앉은 참가자들이 곱고 미더워 밥과 찬이 달았다.
여느 잔칫집에 모인 일가친척처럼 모두가 정답고 도타워 술의 도움 없이도 마음이 흔쾌했다.
손수 제작한 다탁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누구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김철중, 김보일, 안향은, 연송희, 이동호. 즐거운 경쟁자들은 상대방의 다탁을 힐끗거리며 스스로의 것을 완성했다.
노래하고, 춤추고, 계곡에서 뒹굴었다. 툇마루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선한 눈빛을 보았다.
왜 좋은 사람과 달콤한 공기 속에서 시간은 빨리 가고 배는 쉬 고파지는 걸까.
작업도 작업이지만 사람과 하늘이 보여준 맑음이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나무가구 손수제작 1기 20200905-0906
사흘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
깎고 밀고 갈고 다듬어진 건 다탁만이 아니다.
– 안향은 –
이것을 다탁이라 여기며
어떤 이는 탐내겠지.
아니다.
내게는 앞으로 수많은 작픔을
연마해낼 모루다.
그래서
이번 워크샾이 행복했으며,
신화백님과 고운 동지들이 고맙다.
– 김철중 –
상판에 옹이가 여럿이다.
목재에 금이 가고 벌레까지 먹었다.
그래도 탁자는 단단하고 강건하다.
다리에 난 벌레먹은 상처는 이 다탁이 범상치 않은 전생을 거쳐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내 손을 거쳐 갔으니 어딘가 허술할 게 틀림이 없지만 저 다탁은 누가 뭐라든 크게 동요될 것 같지 않다. 뭐든 정 붙이기 마련.
– 김보일 –


안향은


김보일


연송희

김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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