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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짭니다] 형식을 계속 바꾸면 차이는 소음에 묻힙니다.

이 시리즈 · 오늘도 짭니다

"나무로 짜고, 코드로 짜고, 문장으로 짭니다."

  1. 1. [오늘도 짭니다] 부처님 손바닥
  2. 2. [오늘도 짭니다] 오늘도 짭니다
  3. 3. [오늘도 짭니다] 형식을 계속 바꾸면 차이는 소음에 묻힙니다.



창호는 수백 년째 같은 방식으로 짭니다. 살 짜는 법이 같고, 비례가 같고, 결구가 같습니다. 바꾸지 않는 것이 규칙입니다.

그런데 같은 창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가 다르고, 손이 다르고, 그날이 다릅니다. 형식을 고정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보입니다.

형식을 계속 바꾸면 차이는 소음에 묻힙니다. 살 하나하나는 발명품이 아닙니다. 수백 년 된 부재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살과 살이 만나는 관계에서, 간격에서, 비례에서, 교차에서 문양이 생깁니다.

같은 살로 정자살도 되고 용자살도 됩니다.

창조는 부재에 있지 않고 짜임에 있습니다.


목수 일을 하다 보면 다르게, 새롭게, 멋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사실 그게 일에 방해가 됩니다. 새롭게 하려는 욕심이 손을 흔듭니다.

그러다 브레송의 노트에서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모든 것을 다르게 하기 위해"


로베르 브레송은 프랑스 영화감독입니다. 50년 가까이 일하면서 장편 13편을 남겼습니다.

적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해한 방식이 허락하는 속도로만 만든 것입니다.

직업 배우를 쓰지 않았고, 배우라는 말 대신 '모델'이라는 말을 썼고,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시켰습니다.

표현하려는 의지가 마모되어 없어질 때까지.


그 노트가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1975)입니다. 이론서가 아니라 실천한 사람의 기록이라서 문장에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이 말이 있습니다.


"창조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을 변형하거나 지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그대로의 그것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다."


두 문장은 한 쌍입니다. 앞 문장이 명령이라면 뒤 문장은 그 명령의 근거입니다.

창조는 재료를 건드리는 일이 아니라 재료들 사이의 관계를 새로 묶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단어를 발명하지 않습니다. 다 있는 단어인데 배열이 시를 만듭니다.


브레송은 모델을 두고 한 말이지만, 목수는 자기 머리에 대고 읽게 됩니다.

버려야 할 것은 옛것이 아니라 새롭게 하려는 나의 의지입니다.

그것을 버리면 새로움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 됩니다.


살은 그대로인데 짜임에서 문양이 생기는 것처럼요.

그래서 목수는 매일 아침 그 마음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버린 자리에서 가장 다른 것이 나옵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다릅니다.

브레송의 문장은 작업대 위에서는 이론이 아니라 목격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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