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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을 수가 없습니다

이 시리즈 · 다시 잡습니다 · 2화 (전체 3화)

"자로 되는 일이 있고, 눈으로만 되는 일이 있습니다."

  1. 1화 눈이 속습니다
  2. 2화 맞을 수가 없습니다
  3. 3화 아무도 그 자리에 서지 않습니다

팔각 불발기 빗살의 모서리

팔각 불발기를 짜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이건 나누기가 안 됩니다.

사각은 떨어집니다. 네 변이 모두 직각으로 만나니 빗살은 어느 변에서든 같은 간격으로 끊기고, 모서리에서도 반듯하게 반으로 지나갑니다.

칸 수만 정하면 나머지가 따라옵니다.

팔각은 변이 두 종류입니다. 곧게 선 변이 있고 비스듬히 기운 변이 있는데, 같은 빗살이 이 둘을 서로 다른 간격으로 끊고 지나갑니다.

곧은 변에서 딱 떨어지게 잡으면 기운 변에서 남고, 기운 변을 맞추면 곧은 변에서 남습니다.

둘 다 떨어지는 칸 수가 어딘가 있을 것 같아서 앉아 이리저리 나눠보게 되는데, 없습니다.

모서리도 그렇습니다. 팔각 모서리를 빗살이 정확히 반으로 가르려면 살이 그 각도로 서야 하는데, 빗살에는 그런 각이 없습니다.

여덟 모서리를 전부 맞추는 방법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더 좋은 자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맞는 수가 아예 없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을 하는가

맞는 수가 없으면 목수가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어차피 남는 오차를 어디로 보낼지 정하는 일이 됩니다.

보낼 곳은 두 군데뿐입니다. 모서리로 몰거나, 안쪽 칸들에 조금씩 나눠 먹이거나.

모서리로 몰면 대번에 보입니다. 사람 눈은 모서리에서 만나는 선이 어긋난 것을 귀신같이 잡아냅니다.

반대로 안쪽 칸 하나가 다른 칸보다 아주 조금 넓은 것은, 나란히 놓고 재보지 않는 한 아무도 모릅니다.

같은 크기의 오차인데 한쪽에서는 결함이 되고 다른 쪽에서는 없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울거미와 만나는 자리의 살 폭을 조금씩 다르게 잡습니다. 모서리에 중심이 오도록 먼저 맞추고, 남는 것은 안으로 흩어 보냅니다.

옛 문을 뜯어보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재보면 나옵니다.


속이는 것과 숨기는 것

앞 편은 눈이 속는 이야기였습니다. 같아 보이게 하려고 다르게 만드는 일이었죠.

이건 다른 일입니다. 여기서는 눈을 속이지 않습니다. 눈이 검사하지 않는 자리를 찾아, 거기에 오차를 놓아둡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옛말은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뜻을 안 것은 한참 뒤입니다.

눈은 앞에 있다고 다 보는 게 아니라 볼 마음이 가는 데만 본다는 것을, 오차를 어디로 보낼지 정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보느냐를 아는 것.

이쪽도 안목입니다.

그리고 하필 이 자리가 그렇습니다. 불발기는 분합문 한가운데, 서거나 앉은 눈높이에 있습니다.

집 안에서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창인데, 기하로 따지면 가장 안 맞는 창입니다.


다른 눈

제 눈에 보이는 창과 마루에 앉으신 분께 보이는 창은 같은 물건이 아닙니다. 저는 살 간격을 보고, 그분은 빛과 그림자를 봅니다.

어느 쪽이 옳은 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만드는 사람은 자기 눈만 믿으면 안 됩니다. 자기가 살지 않는 쪽의 눈까지 짐작해야 합니다.

오차를 어디로 보낼지는 결국 그 짐작으로 정합니다.


손에는 있고 말이 없던 것

이걸 말로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현치도를 그릴 때 팔각 모서리는 살을 조금 내려서 그려라. 배울 때 들은 것은 그 말씀뿐이었습니다.

왜 내리는지, 얼마나 내리는지는 없었습니다.

없어서 안 알려주신 것이 아닙니다. 손에는 있는데 그것을 옮길 말이 없었던 겁니다.

손은 오차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앎에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출처

  • 『대학(大學)』 전(傳) 7장, 「심부재언 시이불견(心不在焉 視而不見)」
  • 야콥 폰 윅스퀼,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원제 Streifzüge durch die Umwelten von
  • Tieren und Menschen, 1934), 정지은 옮김, 도서출판b,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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