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살과 만살은 다른 창입니다
이 시리즈 · 따져 봅니다 · 9화 (전체 9화) 연재중
"오래 굳은 것일수록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한 글자 차이로 만난 두 이름
정자살을 만살이라 부르는 자리에서 만자살로 알아듣는 일이 생깁니다. 한글로 적으면 만자살과 만살이니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무늬도 다르고, 애초에 가리키는 것이 다릅니다.
만자살은 완자살입니다
卍자 모양으로 살을 짠 창입니다. 卍자살이라 적고 만자살이라 읽습니다. 같은 창을 완자살이라고도 부르지요.
이름 붙이는 방식은 정자살과 같은 계열입니다. 井을 닮아 정자살, 亞를 닮아 아자살, 用을 닮아 용자창. 글자 모양을 적은 이름들입니다. 만자살은 그 목록의 한 자리입니다.
만살은 다른 말입니다
가득할 만(滿)입니다. 卍이 아닙니다. 살이 촘촘히 들어찬 격자를 뜻하고, 이것이 정자살 짜임을 가리킵니다.
만살빗살창(滿箭斜窓)이라는 이름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정자살 짜임에 빗살 짜임을 겹쳐 짠 창이지요. 여기서 앞머리의 '만살'이 곧 정자살 짜임입니다. 卍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두 이름이 보고 있는 곳이 다릅니다
만자살은 다 짜놓은 창의 무늬를 본 이름입니다. 완성된 앞모습에서 卍이 보이니 그렇게 불렀습니다.
만살은 짜는 방식을 본 이름입니다. 살이 얼마나 촘촘히 들어찼는가를 말하지요. 무늬가 아니라 밀도입니다.
그래서 이 둘은 헷갈릴 이름이 아니라, 원래 같은 자리에 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무늬를 부르는 말과 짜임을 부르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살 이름의 대부분은 보는 사람이 붙인 이름입니다. 井·卍·亞·用, 전부 다 짜인 창을 앞에서 본 사람의 말입니다.
만살은 그 사이에 섞여 있는 다른 종류의 이름입니다. 만드는 쪽에서 나온 말이지요.
출처
- 『창덕궁수리도감의궤』 — 만전사창(滿箭斜窓)
- 주남철, 『한국의 문과 창호』(대원사, 200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호' 항목 — 만자창[卍字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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