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색 | 빛을 받으면 짙어지기도 하고 바래기도 합니다
This series · What the Eye Does, What the Mind Does · No. 6 (6 episodes total) Ongoing
"Some things stay invisible until you look at them apart."
- No. 1 The Eye Gets Fooled
- No. 2 There's No Way to Make It Match
- No. 3 Nobody Ever Stands in That Spot
- No. 4 나무 읽는 법
- No. 5 수축률 | 나무는 결마다 다르게 줄어든다
- No. 6 나무의 색 | 빛을 받으면 짙어지기도 하고 바래기도 합니다
갓 대패질한 나무와 몇 해 쓴 나무는 색이 다릅니다. 목수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어느 나무가 얼마나, 어느 쪽으로 변하는지 숫자로 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임업 교재 한 권을 넘기다가 그 숫자가 들어 있는 표를 만났습니다.
40시간 햇빛을 쬔 나무들
산림 분야 교재 「제Ⅳ권 임산물생산이용」의 「목재의 조색기술」 절에 국내외 나무 마흔두 가지를 햇빛에 40시간 쬔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원래 자료는 1992년 목재공학회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쬐기 전과 후의 색 차이를 ΔE라는 값으로 나타냈는데, 2.5 이하면 '약', 2.5에서 6.5 사이면 '중', 6.5를 넘으면 '강'으로 판정했습니다.
40시간이면 볕 좋은 날로 쳐도 대엿새 정도입니다. 그 짧은 동안에 대부분의 나무가 '강'이 나왔습니다. 침엽수만 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 수종 | ΔE | 판정 |
| 낙엽송 | 17.5 | 강 |
| 소나무 | 11.0 | 강 |
| 종비나무 | 9.3 | 강 |
| 전나무 | 8.9 | 강 |
| 편백 | 8.8 | 강 |
| 은행나무 | 7.9 | 강 |
| 삼나무 | 7.4 | 강 |
| 리기다소나무 | 6.7 | 강 |
| 잣나무 | 5.6 | 중 |
| 독일가문비 | 1.3 | 약 |
소나무는 잣나무의 두 배 가까이 변했고, 낙엽송은 세 배를 넘습니다. 활엽수 쪽은 더해서 귀룽나무 34.6, 밤나무 24.9, 중국굴피나무 24.2, 벚나무 21.7 같은 값이 나옵니다. 반대로 오리나무는 2.1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강'이라도 변하는 방향은 나무마다 다릅니다. 교재는 이것도 다섯 갈래로 나눠 두었습니다.
- 짙어지는 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낙엽송, 느티나무, 잣나무, 미송, 단풍나무 등
- 짙어졌다가 곧 바래는 나무: 산뽕나무, 벚나무 일부, 로즈우드 등
- 짙어졌다가 바랬다가 다시 짙어지는 나무: 삼나무, 편백, 오동나무, 회양목, 황벽나무
- 바래는 나무: 로즈우드 일부
- 바랬다가 곧 짙어지는 나무: 느릅나무
삼나무와 편백이 짙어졌다 바랬다 다시 짙어진다는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한 번 변하고 마는 게 아니라 오르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변하는가
나무는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세 가지가 뼈대를 이루고, 여기에 추출물이라 부르는 성분이 조금 섞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외선을 가장 잘 빨아들이는 것이 리그닌입니다. 세포와 세포를 붙여 주는 접착제 같은 성분입니다.
자외선을 받은 리그닌은 잘게 깨지고, 그 과정에서 노랗거나 갈색을 띠는 물질이 생깁니다. 밝은 나무가 처음에 누렇게, 갈색으로 짙어지는 건 그 때문입니다. 추출물도 한몫을 합니다. 심재의 색을 내는 페놀 성분은 빛을 받으면 산화되어 짙어지기도 하고, 깨지면서 바래기도 합니다. 수종마다 추출물이 다르니 변하는 방향도 갈리는 셈입니다. 열대재를 조사한 일본 연구는 누렇게 변하는 나무와 바래는 나무에 서로 다른 퀴논 계열 물질이 관여한다고 봤습니다.
바깥에 둔 나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갑니다. 비가 깨진 리그닌을 씻어 내면 셀룰로오스만 하얗게 남고, 그 위에 곰팡이가 앉으면서 회색이 됩니다.
자외선은 짙게, 가시광선은 옅게
왜 이렇게 오르내리는지는 일본 쪽 연구에서 실마리가 보입니다.
1986년 홋카이도 임산시험장에서 나무 조각을 남쪽 창가, 북쪽 창가, 직사광이 들지 않는 북쪽 벽에 두고 색이 변하는 것을 지켜본 보고서가 있습니다. 창가에 둔 나무는 처음엔 짙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바랬습니다. 자외선만 걸러 쬐었더니 계속 어두워졌고, 자외선을 많이 막을수록 밝아졌습니다. 보고서는 이것을 가시광선이 나무를 밝게 하는 작용으로 봤습니다.
2007년 일본 목재학회지 논문은 빛을 파장별로 잘게 나눠 쬐어 봤습니다. 밝은 색 나무는 자외선 쪽에서는 어두워지고 짙어졌고, 가시광선 쪽에서는 밝아지고 옅어졌습니다. 그 경계가 되는 파장은 수종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정리하면 햇빛 안에서 두 힘이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자외선은 나무를 짙게 하고, 가시광선은 옅게 합니다.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나무와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그래서 짙어졌다가 바래는 나무가 생깁니다.
캐나다 쪽 정리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침엽수처럼 밝은 나무는 처음에 짙어졌다가 노랗거나 갈색으로 가고, 추출물이 많은 어두운 나무는 처음에 바랬다가 갈색으로 간다고 합니다. 바깥에 6개월에서 1년쯤 두면 회색이 되는데, 이건 햇빛만의 일이 아니라 빛에 삭은 표면에 곰팡이가 앉아서라고 합니다.
빛이 없어도 변합니다
1986년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직사광이 들지 않는 북쪽 벽에 둔 나무도 100일이 넘도록 색이 계속 변했습니다. 우리 쪽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습니다. 2009년 목재공학에 실린 논문은 실내에 최대 5년 둔 삼나무를 조사했는데, 밝기는 5년째까지 계속 떨어졌고 색 성분은 첫 1년에 크게 변했습니다. 바깥에 둔 나무와 같은 식으로 변하되 정도만 덜했다고 합니다.
방 안에 들인 문도 쉬지 않고 색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겉에서만 변합니다
같은 2009년 논문에서 목수에게 쓸모 있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5년 동안 실내에 둔 삼나무도 분해된 건 겉의 세포 두세 층뿐이었습니다. 빛에 의한 변색은 아주 얇은 겉에서만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문짝도 대패를 한 번 밀면 처음 색이 다시 나옵니다.
빛 말고도 나무 색을 바꾸는 것들이 있는데, 이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 열과 공기: 생재를 높은 온도로 말리면 겉이 갈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나무 속 당과 페놀이 산화되기 때문인데, 활엽수가 침엽수보다 낮은 온도에서 이렇게 변합니다.
- 쇠: 타닌과 철 이온이 만나면 검게 변합니다. 젖은 나무에 못을 박거나 쇠 공구가 닿은 자리가 거무스름해지는 게 이것입니다. 마른 나무와 쇠가 닿을 때는 잘 생기지 않고, 타닌이 많은 나무일수록 심합니다. 교재에는 신갈나무의 경우 철이 1㎡에 0.8mg만 붙어도 눈에 보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 곰팡이: 소나무 변재가 푸르스름해지는 청변이 대표적입니다. 썩은 건 아니어도 색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런 변색은 겉에서 그치지 않고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대패 한 번으로는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잣나무 이야기
이 자료들을 보다가 잣나무에 눈이 갔습니다. 잣나무는 한자로 紅松, 일본 이름으로는 ベニマツ라고 씁니다. 같은 교재에는 북미산 웨스턴 화이트 파인이 우리나라에서 "홍송"이라는 상품명으로 팔리고, 용도에 창호재가 들어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잣나무는 40시간 시험에서 침엽수 가운데 독일가문비 다음으로 덜 변했습니다.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건 아니고, 짙어지는 쪽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1986년 보고서는 잣나무를 따로 들여다봤습니다. 변재는 밝은 흰색이고 심재는 어두운 황갈색인데, 고갱이에 가까울수록 더 짙습니다. 그런데 자외선을 쬐면 전체가 어두운 황갈색으로 고르게 되어, 변재와 심재의 색 차이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처음 깎았을 때 얼룩덜룩하던 판이 시간이 지나면 한 빛깔로 모인다는 뜻입니다.
남은 물음
자외선이 짙게 하고 가시광선이 옅게 한다면, 창호지 뒤와 유리 뒤에서 나무 색은 다르게 갈 수 있습니다. 유리는 자외선을 상당 부분 막고, 창호지는 빛을 흩뜨립니다. 같은 살이라도 무엇을 바르고 끼웠느냐에 따라 몇 해 뒤의 색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다만 이건 두 연구를 이어 붙인 짐작이고, 창호지와 유리를 나란히 놓고 잰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Sources
- 「제Ⅳ권 임산물생산이용」, 제2장 6. 「목재의 조색기술」(공영토), 144~145쪽, 표 2-6-3 「주요 수종별 광변색」(자료: 목재공학회지, 1992). 〔발행처·연도 확인 필요〕
- 梅原勝雄, 「ソ連材及び未利用国産材の光変色」, 『林産試験場月報』 No.415, 北海道立林産試験場, 1986. https://www.hro.or.jp/upload/12161/20979020001.pdf
- 山本健·片岡厚·古山安之·松浦力·木口実, 「木材の光変色に及ぼす照射波長の影響」, 『木材学会誌』 53(6): 320–326, 2007. https://doi.org/10.2488/jwrs.53.320
- 이광호·차미영·정우양·배현종·김윤수, 「실내 보관 삼나무재의 화학적·형태적 변화와 변색」, 『목재공학』 37(6): 566–577, 2009. https://koreascience.or.kr/article/JAKO200910103423167.page
- Philip D. Evans, "Weathering of Wood," Proceedings of the Canadian Wood Preservation Association 36th Annual Meeting, 2015, pp. 39–50. https://woodpreservation.ca/wp-content/uploads/2022/07/WEATHERING-OF-WOO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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