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설주 뜻, 서 있는 기둥일까 | 선대·문선·돌쩌귀, 창호 둘레 이름의 어원
창호를 짜다 보면 늘 입에 올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선대, 막이, 돌쩌귀 같은 말입니다. 문짝 좌우에 세로로 선 울거미가 선대이고, 위아래로 가로지른 것이 막이입니다. 문짝을 문틀에 달아 돌게 하는 쇠가 돌쩌귀입니다.
뜻은 손이 먼저 압니다. 그런데 이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힙니다. 얼핏 보면 다 뜻이 훤히 보이는 말 같습니다. 선대는 서 있으니 선대이고, 막이는 막으니 막이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읽고 넘어가기 쉬운데, 막상 찾아보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문설주의 '설'
먼저 문설주부터 보겠습니다. 문짝을 달려고 문 양옆에 세우는 기둥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문'과 '서다'와 '주(柱)'가 합쳐진 것으로 풉니다. 서 있는 기둥이니 설주라는 것입니다.
국어학자 김완진은 이 풀이가 석연치 않다고 봅니다. 기둥은 원래 서 있는 것인데, 굳이 '서다'를 붙여 이름을 지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을 한자 楔(설)로 봅니다. 중국 자전에서 楔은 문 양쪽에 세운 긴 나무를 가리키고, '門楔'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설'이 한자라는 사실이 잊혔을까요. 김완진은 일제강점기에 나온 조선어사전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이 사전이 '문셜쥬'에 한자를 달지 않았고, 그 뒤의 사전들이 그 처리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입니다.
문선과 벽선의 '선'
문선과 벽선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문선은 문짝이 들어갈 자리 양옆에 세우는 세로재이고, 벽선은 흙벽 옆면을 막는 세로재입니다. 이것도 '서 있는 것'으로 읽기 쉽습니다.
김완진은 이 '선'을 楦(훤)으로 봅니다. 신발 모양을 잡는 신골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그 소리가 宣(선)에 끌려 '선'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사전에도 문선을 門楦으로, 벽선을 壁楦으로 적은 예가 있습니다.
그러면 선대는
여기서 선대로 돌아옵니다. 선대의 '선'도 '서다'일까요, 아니면 문선처럼 楦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모르겠습니다. 선대의 어원을 다룬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막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문설주와 문선이 그랬듯이, 뜻이 훤히 보이는 말일수록 한 번 더 들여다볼 자리라는 생각은 듭니다.
밀려난 옛 이름들
찾다 보니 반대 방향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쓰이다가 밀려난 우리말들입니다.
1527년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는 한자마다 우리말 새김을 달아 놓은 책입니다. 여기서 문이 도는 축을 가리키는 樞(추)와 椳(외)를 '지도리'라고 새깁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다는 쇠를 돌쩌귀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합니다. 같은 책에서 문짝(扉)은 '문ᄧᅡᆨ'으로 올라 있습니다. 문짝이라는 말은 그때부터 이어져 온 셈입니다.
창 아래 낮은 벽인 머름은 옛말이 '멀험'이었다고 합니다. 오창명·천득염은 『훈몽자회』와 그보다 앞선 언해본의 '멀험'을 근거로, 이 말이 몇 단계를 거쳐 머름이 되었다고 봅니다. 문을 가리키는 말도 처음에는 '지게'였고, 나중에 '문'이 붙어 '지게문'이 되었다고 추정합니다.
경첩은 의궤에 積貼, 接貼 같은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소리를 빌려 쓴 표기로, 오창명·천득염은 이를 '젹쳡', '졉쳡'으로 읽습니다. 지금 쓰는 경첩과 소리가 닮아 있습니다.
돌쩌귀에 불이 난다
돌쩌귀는 암짝과 수짝 두 쇠로 이루어집니다. 암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춰 꽂습니다. 어원은 찾지 못했습니다. '돌다'와 닿아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짐작일 뿐입니다.
대신 속담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돌쩌귀에 불이 난다." 문을 하도 자주 여닫아 쇠끼리 비비다 불이 날 지경이라는 말로,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집을 이릅니다.
남은 일
선대와 막이, 돌쩌귀의 어원은 빈칸으로 남겨 둡니다. 오창명·천득염은 의궤에 한자로 소리를 빌려 적은 표기를 풀어 옛 이름을 찾았습니다. 머름도 경첩도 그렇게 찾았습니다. 선대와 막이도 그 길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찾게 되면 이 글에 덧붙이겠습니다.
출처
- 최세진, 『훈몽자회』, 1527
- 김완진, 「'문설주'와 그 주변」, 『새국어생활』 12권 1호, 국립국어원, 2002
- 오창명·천득염, 「몇 개의 전통 건축어휘의 어원과 표기」, 『건축역사연구』 26권 6호, 2017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문설주', '돌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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