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자살 | 뜻이 넘치는 무늬
이 시리즈 · 창호 사전 · 5화 (전체 5화) 연재중
"전통창호의 이름과 짜임을 하나씩 정리합니다"
- 1화 정자살 | 井자로 짠 창
- 2화 세살(細살) | 가는 살을 촘촘히 세운 창
- 3화 빗살 | 살을 비스듬히 걸어 짠 창
- 4화 아자살 | 좋은 뜻이 없는 무늬
- 5화 완자살 | 뜻이 넘치는 무늬
앞 글에서 아자살은 뜻이 없어서 흩어졌다고 썼습니다.
완자는 반대입니다. 뜻이 너무 많습니다.
卍은 부처의 표식입니다. 『화엄경』에 여래의 가슴에 이 모양이 있다고 나옵니다.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 정리해 둔 대목이 있습니다. 『법원주림』을 인용해 부처가 가슴에 만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하고, 『능엄경요해』를 인용해 부처 가슴의 만자는 길한 상서를 표시하며 모든 덕을 모이게 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하나로 모입니다. 길상만덕입니다.

그런데 같은 글에 다른 풀이도 붙어 있습니다. 명나라 위교의 『육서정온』입니다. 卍은 수의 끝이고, 옛사람이 두 개의 一자를 취한 것은 만물이 一에서 일어나 一로 돌아와 끝나며 그 순환이 무궁하다는 이치를 취한 것이라고요.
불교 이야기가 아닙니다. 숫자와 순환 이야기입니다.
번역도 갈렸습니다. 구마라집과 현장은 이 글자를 덕(德)으로 옮겼고, 보리류지는 만(萬)으로 옮겼습니다. 측천무후 때 만(萬)으로 읽도록 정해졌습니다.
기원설은 더 갈립니다. 태양이라고도 하고, 흐르는 물이라고도 하고, 둥글게 감긴 털이라고도 하고, 신령한 빛이라고도 합니다. 인도 고유의 것도 아닙니다. 세계 여러 곳에 같은 모양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부처의 가슴이고, 모든 덕이 모이는 자리이고, 숫자의 끝이고, 순환의 이치이고, 태양이고, 물이고, 빛입니다.
이 중에 무엇이 맞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조선 목수가 완자살을 짤 때 이 중 무엇을 짰을까요.
아무것도 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완자살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자살은 어디까지가 아자인지 목수마다 다릅니다. 완자살은 그렇지 않습니다. 卍자대로 짜면 완자살이고, 아니면 아닙니다.
뜻은 이렇게 여럿인데 무늬는 하나입니다.
그러면 무늬를 붙든 것은 뜻이 아닙니다.
글자꼴입니다.
卍은 획이 정해져 있습니다. 가로 하나 세로 하나가 겹치고, 네 끝이 같은 방향으로 꺾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이 형태는 뜻이 몇 개든 상관없이 그대로입니다.
목수가 붙든 것은 이 획입니다. 살로 옮길 수 있는 것은 획밖에 없으니까요. 뜻은 살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무늬가 같은 것을 말합니다.
아자는 붙들 형태가 헐거워서 흩어졌습니다. 완자는 형태가 단단해서 남았습니다.
양쪽 다 뜻은 결정에 끼지 못했습니다.
길상문이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씁니다. 복을 부르는 무늬라는 뜻으로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무늬가 뜻을 담아서 남은 게 아닙니다. 형태가 단단해서 남았고, 남았기 때문에 뜻이 계속 붙었습니다.
뜻은 나중입니다.
무엇이든 경계가 분명하면, 그 뒤에 오는 것들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자살과 완자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출처
- 『화엄경』 제48권
- 이덕무, 『청장관전서』 「앙엽기」 만(卍)
- 「만자」·「만자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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