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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 | 살을 비스듬히 걸어 짠 창


빗살은 살을 45도로 기울여 걸어, 살과 살이 엇갈리며 마름모 격자를 만드는 창입니다. 곧게 선 살로 짠 세살·정자살과 달리, 이 창은 선이 전부 비스듬합니다.


이름

'빗'은 비스듬하다는 뜻의 우리말입니다. 빗금, 빗변, 빗대다가 모두 한 갈래지요. 살이 비스듬히 놓였다고 해서 빗살입니다.

세살은 가는 살(細)에서, 정자살은 井자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한자를 빌려 지은 이름들입니다. 빗살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이 놓인 모양을 우리말로 그대로 부른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한자 표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창덕궁수리도감의궤』와 『화성성역의궤』에는 사창(斜窓)이라 적혀 있습니다. 비스듬할 사(斜)입니다. 살을 화살 전(箭)으로 옮겨 사전(斜箭)이라 쓴 예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이름의 뿌리가 아니라 기록을 위한 옮김입니다. 부르던 우리말 이름이 먼저 있었고, 문서에 올릴 때 뜻을 따라 한자로 바꾼 것이지요. 그래서 '빗箭'처럼 절반만 한자로 적는 표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리말로는 빗살, 한자로는 사창입니다.

이름이 곧 짜임입니다. 다른 살 이름은 모양을 빗대지만, 빗살은 살을 어떻게 걸었는지를 그대로 말합니다.


짜임

만나는 자리는 반턱입니다. 서로 절반씩 덜어내고 물려 겉면을 한 면으로 맞추는 것은 정자살과 같습니다.

다른 것은 턱의 모양입니다. 곧게 만나는 살은 턱 폭이 살 폭과 같지만, 비스듬히 지나가는 살은 그렇지 않습니다. 45도로 가로지르면 턱이 살 폭보다 넓어집니다. 턱 하나하나를 살 폭이 아니라 지나가는 각도에 맞춰 따야 합니다.

울거미와 만나는 자리는 또 다릅니다. 곧게 선 살은 촉을 내어 구멍에 꽂으면 되지만, 빗살은 살 하나가 홀로 울거미에 닿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살과 아래에서 올라온 살이 울거미 앞에서 만납니다.

이 두 살의 끝을 45도로 끊어냅니다. 둘을 마주 대면 삼각형 촉 하나가 됩니다. 울거미에는 그 삼각형의 밑변만큼 홈을 파서 받습니다.

홈의 폭은 살 폭이 아닙니다. 살 폭에 √2를 곱한 만큼, 그러니까 약 1.4배가 됩니다. 두 살이 직각으로 만나 생긴 이등변삼각형의 밑변이니 그렇습니다. 살 폭을 정하는 순간 홈 폭도 함께 정해지는 셈입니다.


칸의 비례

세살과 정자살에서는 칸의 세로를 조금 길게 잡습니다. 정사각으로 짜면 옆으로 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로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 눈으로 잡는 일이지요.

빗살에는 그 여지가 없습니다.

칸을 늘이거나 줄이려면 살이 지나가는 각도가 달라져야 하는데, 각도가 어긋나면 살이 울거미 모서리에서 직교하지 않습니다. 짜임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눈을 위해 손을 조금 비트는 일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빗살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은 칸의 수와 살의 폭입니다.

칸 수는 계산해서 나오는 수가 아닙니다. 눈으로 잡습니다. 칸 비례를 손볼 여지가 없으니, 눈이 하는 일은 앞당겨져 여기 한 자리에 몰립니다.


→ 「눈으로 잡습니다」 1화에서 칸의 비례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링크)


쓰이는 자리

방의 출입문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분합문의 불발기를 빗살로 짜는 경우도 많았고요. 절집 전각에서는 더 흔합니다.

부여 무량사 명부전에서 빗살을 처음 봤을 때는 그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오래된 창인데 눈에 들어온 것은 옛것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도리어 지금 그린 것 같다는 쪽이었습니다. 대각선만 남은 화면이라 그랬을 겁니다. 세월을 버틴 단청 색이 그 위에 얹혀 있었고요.

출처

  • 『창덕궁수리도감의궤』, 『화성성역의궤』
  • 주남철, 『한국의 문과 창호』
  • 장기인, 『창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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